고양이hyebin
2년차 회고록
October 13, 2024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미루고 미뤄왔던 회고록을 이제야 쓰게 되네요. 1년 차 때 회고록을 쓸때는 막막하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성숙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 생활 중에

2023년, 우리 팀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런칭했습니다. 하지만 체계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매일매일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어요. 그 속에서 성장하고 싶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던 데이터 누락 이슈를 해결했던 경험입니다. 데이터 누락 이슈는 주로 네트워크 문제로 치부되었고, 해결되지 못한 채 반복되었어요. 운영팀에서 매번 누락 데이터를 찾아내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오래된 레거시 코드를 직접 뜯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버그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네트워크 속도를 강제로 낮춰 테스트해 본 결과, 문제는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 데이터가 불러와지지 않던 상황이었어요. 값은 이미 저장되어 있었지만, 빈 값으로 보였던 것이죠. 그 상태에서 자동 저장이 이뤄지면서 데이터가 누락되는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이 경험을 통해 테스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버그를 고친 후 담당자에게 "혜빈님, 혹시 명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때 '개발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면접관 경험

백엔드 개발자분이 퇴사하면서 새로운 개발자를 뽑아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함께 뽑자는 의견이 나와, 제가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두 명밖에 없던 상황이라 제가 직접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면접관 경험이었기에 많이 떨렸습니다. 당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꼼꼼히 살펴보며 질문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준비한 질문들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습니다. 다음에 면접관 역할의 기회가 온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접 면접 준비해 보니 확실히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해야 할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

면접관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된건, 면접관은 지원자와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형식적인 질문보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경험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한, 컬쳐핏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개발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우리 팀에 잘 어울리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더 큰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회사에서 일도 일이지만 동료가 제일 중요하더라구요.

개발 문화를 노션으로

팀장님의 퇴사와 새로운 본부장님이 오시면서 업무 히스토리를 파악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기존에는 메일이나 슬랙으로 업무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퇴사자가 생기면 기록이 사라지는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처음에는 지라를 도입하려 했지만, 회사의 프로세스상 전사적으로 도입되지 않는 이상,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팀은 노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타 팀의 요청도 노션 템플릿을 통해 정리하고, 업무 히스토리와 일정을 모두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메일로 무한히 답장하는 대신, 노션의 댓글 기능을 사용해 어떤 히스토리가 오갔는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어요.

일상 중에

번아웃

평범함을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도 멋지고 잘난 개발자가 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이 높았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지금까지 하고있은 일에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마치 물경력을 쌓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같은 일만 반복하다 보니 회사 일도 지루해졌고, 나태해져 집에 오면 잠만 자는 날들이 빈번해졌어요. 그렇게 충분히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능이버섯
능이버섯

불안했던 것 같아요. 이런 불안한 생각이 많아질 때,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뭐든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 공부를 하거나, 이력서를 다시 다듬는 등 손에 잡히는 대로 해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번아웃이 오면 쉬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무언가를 하면서 동기부여를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불안했던 마음을 덜어 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크롬 익스텐션 개발을 진행해봤습니다. 저는 읽고 싶은 글이나 다시 보고 싶은 자료들을 북마크하는 습관이 있는데, 북마크가 쌓이다 보니 정리가 안 되어 결국 삭제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북마크 관리 툴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간단하게 생각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여러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도 몇 번씩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보다 완벽하게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결국 미완성 상태로 방치하게 됐어요. 완벽함도 중요하지만, 완성시키는 것이 더 큰 성취라는 점을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 다시 꺼내서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완성하며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챗 지피티와 싸우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가 기초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초 용어들을 남들에게 설명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그래서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책도 읽고, 강의도 들어봤지만, 저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알 때까지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클로저가 뭐야?"라는 질문이 생기면, 클로저가 렉시컬 환경과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럼 렉시컬 환경은 뭐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를 물어보며, 챗GPT와 끝없이 싸우면서 지내고 있어요. 싸우니까 정이 들더라구요.

책읽기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책을 자주 읽었습니다. 사실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유명한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원씽, 역행자, 세이노의 가르침 등등.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들이 나에게는 크게 해당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

경주에서 산 책 '어른의 어휘력'
경주에서 산 책 '어른의 어휘력'

추운 겨울,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수학여행 이후 처음 가본 경주였는데, 그날은 역대급 한파였던 날이라 밖에서 오래 돌아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에서 책방에서 산 책을 내내 읽었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힐링되고 행복한 여행으로 남을 것 같아요.

책을 읽기만 했지, 기록은 잘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다 읽고 나면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심지어 읽고 있을 때도 앞부분을 자주 뒤적거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또에서 “책읽었또” 소모임에서 책을 읽고 올리고 있는데요, 다들 정말 열심히 책을 읽으시는 모습을 보고 자극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시간을 자주 내지 못하고 있네요.

앱테크에 관심

요즘 작물 키우기에 빠져 있습니다. 바로 앱으로요! 주변에서 앱으로 포인트를 모아 기프티콘을 사는 걸 보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제가 그걸 매일 하고 있네요. 매일매일 커피 씨앗에 물을 주고 다 자라서 얻은 기프티콘으로 알뜰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래서 앱테크 관련 기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버그를 많이 발견했거든요. 고쳐주고 싶어요! )

글또에서

글또 참여

글또 9기에 이어 10기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개발자 분들이 열심히 글을 쓰고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작년과 이번년도에 제일 잘한 일은 글또에 참여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글또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있어요. 10기도 너무 기대됩니다.

첫 커피챗

작년, 글또 9기에서 매칭해준 프론트엔드 조와의 첫 커피챗을 가졌습니다. 사실 커피챗이 처음이라 굉장히 떨렸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간단하게 소개도 하고, 요즘 관심사나 각자 프론트엔드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떨렸던 순간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다같이 집중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서로 힘이되는 이야기 많이 공유하며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또 10기에서는 커피챗을 많이 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한편으로는 꼭 누군가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슬랙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그만큼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또 10기 다짐

  1. 글또 안에서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고, 규칙적인 글쓰기 습관뿐만 아니라 운동, 독서, 일기 습관도 같이 기르기
  2. 기술적인 글과 회고 글 같이 쓰기
  3. 글 제출 전 지피티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내가 쓴 글 보완하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4. 다른 사람들의 글 꼼꼼히 읽어보고 후기 남기기
  5.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글 써두기